새기준병원 건강칼럼
척추, 관절 수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습니다.
척추, 관절 수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습니다.
전문의 칼럼 | 척추질환
척추내시경 수술을 처음 시작하던 무렵, 저의 관심은 온통 ‘수술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작은 통로로 들어가 더 정확하게 눌린 신경을 풀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뼈와 근육을 덜 건드리고 문제의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루의 대부분을 그 생각으로 채웠고, 수술 기법이 손에 익어갈수록 스스로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수술이 손에 익을수록, 저는 오히려 수술이 끝난 ‘그 다음’을 더 자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실 문을 나선 환자가 병실에서 어떤 밤을 보내는지, 퇴원한 뒤 집에서 어떤 질문을 품고 지내는지, 몇 달 뒤 외래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 사이의 시간이 어땠는지. 수술대 위의 한두 시간보다, 그 앞뒤로 이어지는 긴 시간이 환자에게는 훨씬 더 길고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수술은 회복의 ‘시작점’일 뿐입니다
척추 수술은 눌린 신경의 원인을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신경이 다시 편안해지고, 다리의 힘이 돌아오고, 저림과 당김이 가라앉는 회복은 수술이 끝난 그 순간부터 천천히 시작됩니다. 수술이 잘 되었다는 것과 회복이 잘 되어간다는 것은 이어져 있지만, 결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어떤 분은 수술 다음 날부터 통증이 눈에 띄게 줄어 놀라워하시고, 어떤 분은 통증은 줄었는데 발바닥의 이상한 감각이 남아 불안해하십니다. 이는 대개 신경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화이지만, 미리 설명을 듣지 못한 환자에게는 ‘수술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의사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잘 수술하는 것에 더해, 그 이후의 시간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함께 설계해 드리는 일입니다.
“수술은 제가 합니다. 하지만 회복은 환자와 제가 함께 걸어가는 시간입니다.”
검사 결과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는 이유
수술 전 검사는 단순히 ‘수술해도 되는가’를 확인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저는 검사 결과를 고립된 숫자들의 나열로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혈당, 영양 상태, 뼈의 건강, 염증과 빈혈 수치 하나하나는 그 환자가 수술 후 어떤 회복 과정을 지나게 될지 미리 알려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혈당이 높은 분은 상처가 아무는 속도를 조금 더 세심하게 지켜봐야 하고, 뼈 건강이 약한 분은 회복 기간의 활동을 다르게 안내해 드려야 합니다. 건강검진 결과지가 기계적으로 넘어가는 항목도, 그 환자의 수술과 회복이라는 맥락 안에서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사 결과를 ‘놓치지 않는 것’을 제 진료의 기본으로 삼습니다. 물론 모든 판단은 증상과 진찰, 영상 전체를 함께 확인해 내립니다. 검사 수치 하나만으로 무언가를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채움 보고서’입니다
이런 생각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나의 형태로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왜 수술을 고려하게 되었는지, 수술 전후 영상에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검사 결과가 회복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집에 돌아가 무엇을 지키면 좋은지를 담은 개인 맞춤 안내서입니다. 저는 이것을 ‘채움 보고서’라고 부릅니다. 수술로 해결한 것 위에, 환자가 스스로 채워가야 할 회복의 빈칸을 함께 채운다는 뜻입니다.
이 보고서는 홍보를 위한 자료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 자신을 위한 약속에 가깝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환자를 대충 보지 않겠다는, 검사 한 줄도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입니다. 환자에게 건네는 종이 몇 장이지만, 그 안에는 ‘당신의 회복을 끝까지 함께 보겠다’는 의사의 태도가 담겨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실하게 진료하는 것. 저는 그것이 결국 환자와 저 모두가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마치며
수술 실력을 갈고닦는 일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그 실력이 향하는 자리를 조금 옮겼습니다. 더 잘 자르는 손에서, 수술 이후의 긴 시간까지 함께 바라보는 눈으로. 척추 수술을 앞두고 계시거나, 수술은 잘 되었는데 회복 과정이 막막하게 느껴지신다면, 그 시간을 혼자 지나지 않으셔도 됩니다. 회복은 함께 걸어가는 길이고, 저는 그 길을 끝까지 함께 보는 의사이고 싶습니다.
새기준병원 대표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장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