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기준병원 건강칼럼
척추, 관절 수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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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관절 수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습니다.
전문의 칼럼 | 회복·재활
수술을 잘하게 될수록, 저는 회복을 더 생각합니다
장한진 대표원장 | 새기준병원 신경외과
핵심 답변
· 수술은 몇 시간이지만 회복은 몇 달입니다. 결과를 좌우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수술실 밖에 있습니다.
· 수술 후 조기회복, 즉 ERAS는 금연·영양·혈당 교정부터 마취, 통증 조절, 조기 보행까지를 하나의 경로로 묶어 미리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 수술 4~8주 전부터 시작한 금연 프로그램은 수술 후 합병증과 상처 문제를 줄였다는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가 있습니다.
· 무엇이 좋아지고 무엇은 남는지를 미리 나누어 말씀드리는 일, 즉 기대치를 맞추는 과정 자체가 회복 계획의 일부입니다.
기술이 늘수록 시선이 옮겨 갑니다
수술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제 관심은 대부분 수술 자체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더 적게 열고, 더 정확히 감압하고, 출혈을 줄일 것인가. 그 질문들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를 더 보게 되었습니다. 같은 진단, 비슷한 수술을 받은 분들이 서로 다른 경과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 차이는 수술장에서 벌어진 일보다 그 앞뒤의 몇 주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술 계획을 세울 때 수술 자체만이 아니라 회복의 경로를 함께 그려 두는 쪽으로 생각을 옮겨 왔습니다. 이 글은 그 경로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수술은 몇 시간, 회복은 몇 달
척추 감압술의 실제 수술 시간은 한 시간 안팎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는 보통 6주에서 12주가 걸리고, 근력과 지구력이 수술 전 수준으로 정돈되기까지는 그보다 더 걸립니다.
시간의 비율만 보아도 어디에 공을 들여야 하는지가 드러납니다. 수술은 회복의 출발점을 만드는 일이고, 그 뒤에 이어지는 몇 달이 실제 생활을 결정합니다. 수술이 잘 끝났다는 말과 회복이 잘 되었다는 말은 같은 문장이 아닙니다.
ERAS — 회복을 미리 설계한다는 개념
이 생각을 체계로 만든 것이 수술 후 조기회복, 영문 약어로 ERAS라고 부르는 접근입니다. 1990년대 대장수술에서 시작해 지금은 대부분의 수술 분야로 확장되었습니다. 핵심은 수술 전, 수술 중, 수술 후의 개별 처치를 따로 두지 않고 하나의 경로로 묶어 미리 정해 둔다는 데 있습니다.
이 접근을 정리한 문헌에 따르면, 밤새 금식하는 대신 수술 두 시간 전까지 탄수화물 음료를 마시게 하고, 큰 절개 대신 최소침습 접근을 택하고, 수액을 많이 넣기보다 균형을 맞추고, 배액관과 도뇨관을 넣지 않거나 일찍 빼고, 수술 당일부터 걷고 먹게 하는 항목들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척추 분야에서도 요추 유합술을 대상으로 한 다학제 합의문이 나와 있습니다. 22개 항목을 검토해 21개 항목에 대한 28개 권고를 정리했고, 수술 전 9개, 수술 중 11개, 수술 후 6개로 나누어 두었습니다. 환자 교육과 영양 평가에서 시작해 마취와 수술 술기를 지나 수술 후 다중 진통 전략까지 이어집니다.
수술 전에 이미 정해지는 것들
수술 전 한 달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기간입니다. 금연이 대표적입니다. 수술 전 금연 개입을 다룬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13개 무작위 연구, 2,010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수술 4~8주 전에 시작해 매주 상담과 니코틴 대체요법을 함께 제공한 집중 개입에서 전체 합병증과 상처 합병증이 뚜렷하게 줄었습니다.
같은 문헌에서 수술 직전에 짧게 권고만 한 경우에는 금연율은 조금 올랐지만 합병증 감소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시작 시점이 결과를 나눈 셈입니다. 그래서 수술 날짜가 정해지면 금연 이야기를 그날 바로 꺼냅니다.
영양과 혈액 상태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빈혈이 있으면 수혈 가능성과 회복 기간이 달라지고,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상처가 아무는 속도와 근력 회복이 느려집니다. 혈당이 높은 상태로 수술하면 감염 위험이 올라갑니다. 이 항목들은 몇 주의 시간만 있으면 상당 부분 교정할 수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을 정리하는 일도 이 시기에 이뤄집니다. 항혈전제는 종류에 따라 중단 시점이 다르고, 당뇨약 가운데 일부는 수술 전날부터 조정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판단해 끊거나 계속 드시기보다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해 시점을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술 당일에 설계되는 것들
수술 중에도 회복을 염두에 둔 선택이 이어집니다. 절개와 근육 견인을 최소화하는 접근,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가온, 수액을 필요한 만큼만 쓰는 관리, 마약성 진통제 의존을 줄이는 다중 진통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다중 진통은 한 가지 약을 많이 쓰기보다 작용 지점이 다른 약을 조합해 각각의 용량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줄이면 어지럼, 메스꺼움, 변비, 졸림이 줄고, 그 결과 수술 당일과 다음 날 걷기가 수월해집니다.
배액관과 도뇨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유지할수록 감염 위험이 올라가고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필요하지 않다면 넣지 않고, 넣었다면 이른 시점에 제거하는 쪽으로 정해 둡니다.
다음 날부터가 본론입니다
수술 다음 날 걷는 것은 예의상 하는 일이 아닙니다. 조기 보행은 폐렴, 혈전, 근력 감소, 장 기능 저하를 함께 줄이는 처치에 가깝습니다. 누워 있는 하루가 회복에서 차지하는 손실은 생각보다 큽니다.
다만 걷는 방식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한 번에 오래 걷기보다 짧게 자주 걷고, 통증이 생기면 멈추고 앉는 것이 낫습니다. 통증 조절을 미리 해 두어야 이 걷기가 가능해지므로, 진통제는 아플 때 먹는 약이 아니라 걷기 전에 준비해 두는 약으로 설명드립니다.
식사도 이릅니다. 장 기능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굶기기보다 견딜 수 있는 만큼 일찍 먹는 편이 회복에 유리하다는 것이 지금의 정리입니다.
수술 후 첫 며칠에 확인하는 항목도 정해져 있습니다.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의 양과 색, 38℃ 이상의 발열 여부, 소변을 스스로 볼 수 있는지, 다리 근력이 유지되는지, 종아리가 한쪽만 붓거나 아프지 않은지를 매일 같은 순서로 봅니다. 정해진 순서가 있으면 놓치는 항목이 줄어듭니다.
회복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맡습니다
이 경로는 한 사람이 다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마취과는 진통 계획과 수액을, 병동 간호팀은 상처와 활동 진도를, 재활치료팀은 보행과 근력 운동을, 영양팀은 식사와 단백질 섭취를 나누어 맡습니다.
다학제라는 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회의를 자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기준을 문서로 공유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어느 시점에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넘어가는지가 정해져 있으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경로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최소침습 요추 유합술에서 ERAS 경로를 적용한 연구들을 모은 분석에서는 무작위 연구들을 종합했을 때 재원 기간, 수술 중 출혈, 수술 후 합병증이 줄고 통증 점수와 만족도가 개선되었습니다. 다만 관찰 연구를 모은 결과에서는 일부 항목에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아, 저자들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가족의 역할도 이 경로에 들어갑니다. 퇴원 후 집에서 어떤 동작을 피해야 하는지, 언제부터 계단을 쓰고 언제부터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연락해야 하는지를 환자분과 함께 듣고 가시면 첫 2주가 훨씬 안정적으로 지나갑니다.
기대치를 맞추는 일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수술 전 설명에서 저는 좋아질 것을 말씀드리는 만큼 남을 수 있는 것을 함께 말씀드리려 합니다. 다리로 뻗치는 통증은 이른 시기에 줄어드는 편이지만 발끝 저림은 늦게까지 남을 수 있다는 것, 오래 눌려 있던 근력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 허리 자체의 뻐근함은 근력이 붙어야 정리된다는 것이 그런 항목입니다.
기대와 실제가 어긋나면 회복 과정의 정상적인 변화도 실패로 읽힙니다. 반대로 예상 범위를 미리 알고 있으면 같은 증상을 겪어도 계획을 유지하실 수 있습니다. ERAS 권고에서 수술 전 환자 교육이 첫 항목으로 들어가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설명에 시간을 더 쓰는 편이 결과적으로 진료 시간을 줄인다고 봅니다. 회복 중에 생기는 질문의 상당수는 수술 전에 미리 답해 둘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회복 계획이라고 해서 모든 항목의 근거가 같은 수준인 것은 아닙니다. 앞서 소개한 요추 유합술 합의문에서는 수술 전 체력을 미리 올려 두는 프리해빌리테이션 항목이 근거의 질이 낮고 결과가 엇갈린다는 이유로 최종 요약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수술 전 운동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고, 아직 권고로 정리할 만큼 자료가 모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런 항목을 말씀드릴 때 근거가 확립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전해 드리려 합니다.
회복을 설계한다는 말은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을 미리 정리해 두고, 나머지는 경과를 보며 조정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 시기 | 무엇을 정하는가 | 목적 |
|---|---|---|
| 수술 4~8주 전 | 금연 시작, 상담과 니코틴 대체요법 | 상처 합병증과 전체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
| 수술 2~4주 전 | 빈혈·혈당·영양 상태 확인과 교정 | 수혈 가능성과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
| 수술 1~2주 전 | 복용약 정리, 회복 일정과 기대치 설명 | 중단이 필요한 약을 확인하고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
| 수술 전날·당일 아침 | 긴 금식 대신 정해진 시간까지 수분과 탄수화물 음료 | 탈수와 대사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
| 수술 중 | 최소침습 접근, 체온 유지, 균형 잡힌 수액 | 출혈과 조직 손상, 저체온을 줄이기 위해 |
| 수술 당일 저녁 | 다중 진통 시작, 배액관·도뇨관 최소화 | 다음 날 걷기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
| 수술 다음 날 | 조기 보행과 이른 식사 | 폐렴·혈전·근력 감소를 줄이기 위해 |
| 퇴원 후 4~12주 | 단계별 운동, 외래 확인 시점 고정 | 근력과 지구력을 회복하고 경과를 같은 잣대로 보기 위해 |
자주 묻는 질문
Q. 수술 전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가장 몫이 큰 것은 금연입니다. 수술 4~8주 전에 시작할수록 합병증 감소와의 연관이 뚜렷하게 보고되었습니다. 그다음은 혈당 조절, 빈혈 확인, 단백질 위주의 식사입니다. 걷기를 유지해 다리 근력을 남겨 두는 것도 수술 후 첫 주를 훨씬 수월하게 만듭니다.
Q. 수술 다음 날부터 걸으라고 하는데 상처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요?
걷는 동작은 상처가 벌어지는 방향의 힘을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수록 폐 합병증과 다리 혈전, 근력 감소가 늘어납니다. 다만 걷는 방법에는 기준이 있어 한 번에 오래 걷기보다 짧게 자주 걷고, 허리를 굽히거나 비트는 동작은 피합니다. 통증이 심해 걷기 어렵다면 참기보다 진통 계획을 조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Q. 진통제를 되도록 안 먹는 것이 회복에 좋지 않나요?
통증을 참으면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움직이지 못하면 회복이 느려집니다. 지금의 방식은 작용 지점이 다른 약을 조합해 각각의 용량을 낮추는 다중 진통이며, 특히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약의 종류와 기간은 통증 정도와 기저질환에 맞춰 조정하게 됩니다.
Q. 회복 기간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눌려 있던 기간과 신경 손상 정도, 수술 전 근력, 당뇨와 흡연 같은 조건, 수술 후 활동량이 모두 관여합니다. 같은 수술이라도 출발선이 다르면 경과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회복 계획은 수술명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조건에 맞춰 세우게 됩니다.
정리
1. 수술 시간은 짧고 회복 기간은 깁니다. 결과를 좌우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수술실 밖에 있습니다.
2. ERAS는 수술 전·중·후의 처치를 하나의 경로로 묶어 미리 정해 두는 접근입니다.
3. 수술 4~8주 전에 시작한 금연 개입은 합병증과 상처 문제를 줄인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4. 기대치를 미리 나누어 설명하는 일도 회복 계획의 한 항목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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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o T, Ding F, Fu B, et al. Efficacy and Safety of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Protocols for Patients Undergoing Minimally Invasive Transforaminal Lumbar Interbody Fusion Surger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World Neurosurg. 2024;188:199-210.
·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Perioperative care in adults. NICE guideline NG180, 2020.
위 자료는 본문의 일반 의학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참고 문헌이며, 환자 개인의 진단·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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